【서울=뉴시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5박6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11일 귀국한다.

방미 기간 중 '김무성 원내대표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박 전 대표가 귀국함에 따라 이번주가 향후 당내 구도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전날 미국 현지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사실상 당내 주류계를 겨냥해 "당의 화합책은 갈등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당의 갈등이 뭐가 있느냐. 친박이 당에 발목 잡은게 뭐가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표는 4·29 재보선 패배와 관련, "'친박 때문에 당이 안 되고 있다, 친박 때문에 선거에 떨어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 말이 되는 것을 가지고 말을 해야 하는데 전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당 지도부가 제시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힐 때보다 한 걸음 더 나가 당 주류계 중심의 화합책 자체에 거부감을 표시한 것이다.

신중한 언행으로 필요한 말 외에 긴 말을 잘 하지 않는 박 전 대표의 성향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언급이고, 그만큼 당내에 미친 발언의 파장은 컸다. 박 전 대표가 사실상 '독자 행보'를 선언한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 전 대표가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은 근본적으로는 청와대나 당내 주류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국정이나 당내 운영이 어려울 때만 박 전 대표를 찾지 않았냐는게 친박계 의원들의 대체적인 불만이다. 요컨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된 비밀 회동이 뒤늦게 언론에 공개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박 전 대표가 대립각을 세운 것은 어차피 비주류인 만큼 주류계와 재보선 패배 책임을 공유할 필요가 없다는 셈법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경주 재보선에서 친박 성향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당내 입지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박 전 대표가 굳이 당 지도부의 화합 제안에 따를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에도 주류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는 차별화 전략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차기 대권 행보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면 박 전 대표가 당내 주류계와 극적인 타혐점을 찾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일단 박 전 대표는 박희태 대표의 회동 제안에 "만나자고 하면 굳이 안 만날 이유가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이 자리에서 진정성 있는 당 화합 제안을 다시 제안한다면 박 대표가 이에 협조에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칙'을 중요시하는 박 전 대표의 성향상 이미 대립각을 선명히 한 상황에서 이를 뒤집을 가능성이 없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친이계의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제는 화학적 결합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며 "친박계에서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현기자 sean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