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시교육청 김경회부교육감이 17일 오전 교육청 기자실에서 교장ㆍ교감 평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후속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부교육감 왼쪽 부터 영원초등학교 김동래 교장(초등교장협의회장), 대청중학교 박종우 교장(중학교장협의회장), 여의도고등학교 박원영 교장(고등학교장협의회장). |
| |
|
|
교육과학기술부가 학력 격차에 대한 원인 분석도 없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부터 섣불리 발표해 전국 180개 지역을 성적순으로 줄을 세운 데 대해, 이런 식의 단순 비교는 제대로 된 학력 진단을 가로막아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교육 전문가와 시·도교육청 학업성취도 평가 담당자들도 평가 결과 공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교과부가 이를 무시하고 공개를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지난 16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학력 수준이 차이가 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단지 몇몇 학교의 사례를 들어 ‘교장의 리더십’이나 ‘교사의 열정’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만 폈다. 교과부 관계자는 “전수평가가 이뤄진 만큼, 사회경제적 배경 등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끼치는 변인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이나 교육단체들은 △부모의 소득 등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 △지역의 교육 인프라 △교육예산의 투입 정도 △학생 규모 등 학력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너무 많고 지역마다 여건이 천차만별인데, 한 번의 시험 결과로 학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영어·수학에서 1위를 차지한 강남구의 교육경비보조금은 하위권인 ㄱ구보다 16배나 많고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도 높은데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도 좋다.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생의 학업성취도 변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며 “더 큰 변수가 있는데도 교육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학교에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진춘 경기도교육감도 17일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국 평가를 하려면 통제 요인 등이 같아야만 신뢰도와 타당성을 얻을 수 있는데, 이번 평가는 이런 것이 없었다”며 “이런 식으로 평가해 학교를 서열화하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이유로 교육 전문가와 시·도교육청 평가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일제고사와 평가 결과 공개에 대해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16개 시·도교육청 평가 담당자 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82.8%가 “학업성취도 결과를 교수·학습 개선을 위한 장학 정보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고, “학교·지역교육청간 성취수준 비교를 위해 활용하자”는 데 찬성한 사람은 10.3%에 지나지 않았다. 평가원이 최근 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체제 개선연구’ 보고서에서도 교육 전문가들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표집으로 하는 것이 적합하며, 평가 결과를 교사의 책무성을 묻는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