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시민고객 여러분

최근 서울 시청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해 문화재위원회와 서울시가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 신청사 건립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서 시민고객 여러분께 설명 드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것은 어떻게 하면 서울 시청을 시청 직원들만의 사무공간이 아닌,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드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기존의 시청사와 새로 짓는 신청사의 공간을 지혜롭게 활용해 우리의 시청도 선진 외국 도시처럼 시민의 이용도가 높은 시빅센터 기능을 하도록 하고, 더불어 시청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서울시청 바로 옆에 위치한 사적인 덕수궁과 잘 어울리면서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이어야 한다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등록문화재인 서울시청 본관의 보존 문제였습니다.

첫 번째 고민에 대해서는 문화재위원회의 권고를 최대한 수용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서울시가 신청사 최종 디자인을 결정하기까지 2년여가 걸렸던 것도,
덕수궁과 비교해 너무 높다는 이유로, 둥근 모양이라는 이유로,
또 디자인이 독특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놓는 문화재위원회와
끝까지 의견을 조율하고자 많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굳이 따지자면 '문화재 위원회'가 '디자인'을 심의할 권한까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그 의견을 끝까지 존중했고, 결국 재수 삼수도 아닌 7수 끝에 심의를 통과해 신청사 디자인의 최종안을 확정지은 바 있습니다. 새로운 신청사에는 공간의 30% 이상이 콘서트홀, 전망대 등 시민의 공간으로 채워지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본관동은 전체가 서울의 대표 도서관으로 거듭납니다.

나머지 하나인 서울시청 본관의 보존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좀 더 깊었습니다.

기존의 시청 본관은,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구조전문가들이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D,E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D,E 급이라고 하면 내구성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로 전반적인 대규모 보강 혹은 철거가 시급한 정도를 뜻합니다. 이곳은 앞으로 도서관으로 바뀌어 서울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들러 사용하게 될 공간인데, 서울시장 입장에서 시민들의 안전 문제가 걸린 이상 그 어떤 양보도 불가능 했습니다.

결국 서울시는, 중앙홀, 현관, 계단, 돔, 시장집무실 등 주요 시설을 보존하라는 문화재위원회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신축 시청사 앞에 보존되는 기존 시청사 전면의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되, 안전 진단에서 문제가 노출된 공간에 대해서는 해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다시 안전성을 갖추어 복원한 뒤 활용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것이 총 여섯 차례입니다.
문화재위원회에서도 처음에는 '부분 보존 및 복원' 이라는 서울시의 입장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입장이 조금씩 바뀌었고 결국 '원형보존'이라는 입장으로 선회, 일방적인 권고를 통보했습니다.

현재 서울시청사 건립을 위한 기존 본관 건물의 공사는, 문화재위원회가 '원형 보존'의 입장을 고수하며 등록 문화재였던 서울시청사를 '사적'으로 가지정 함으로써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2002년, 서울시청사의 등록문화재 등재 여부를 심사했던 문화재위원회의 결정 내용입니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서울시청 본관의 보존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서울시청의 등록문화재 등재를 보류시켰습니다. 문화재위원회 스스로 시청 본관에 대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서울시청 본관이 등록문화재로 등재된 것은 그로부터 1년 뒤 재심사를 거친 후였습니다.
그렇게 6년 전 만해도 시청 본관에 대해 등록 문화재로서의 가치조차 인정할 수 없다던 문화재위원회가, 이제는 이를 사적으로까지 가지정 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화재위원회의 모호한 기준을 수긍할 수 없으며 그러한 결정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보다 역사가 오래되고 근대문화유산을 많이 보유한 선진국에서의 문화재 보존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전면부의 파사드만 남긴 채 내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복원하는 방식은 이미 많은 도시들이 활용하고 있는 문화재 보존 방식입니다.
'무조건적인 원형 보존만이 정답'이라는 문화재위원회에 반해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보존'의 입장을 굽힐 수 없는 서울시는, 문화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며 보존해 가는 선진 도시들의 선택을 되짚어 볼 뿐입니다.

서울시는 지금, 서울시 청사를 문화재로서 보존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되, 안전도에 문제가 있는 부분을 해체하여 다시 '복원'해 내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복원된 공간은 서울의 대표 도서관등 문화공간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문화재가 그저 박제된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들이 활발하게 활용하는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도, 우리의 문화와 역사성을 되살리고 널리 알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화재 보존 방법일 것입니다.

문화재위원회의 계속 된 발목잡기로 서울 신청사 건립 공사가 지연된 지 이미 2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신청사 건립에 관해 논의가 시작된 때부터 따지면 10여년 넘게 끌어 온 일입니다. 그동안의 행정적, 재정적 손실을 떠올리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서울시 신청사 건립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닙니다.
서울시는 무조건적인 원형보존만을 주장하는 문화재위원회의 무리한 결정에 대해, 앞으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나아갈 것입니다.

서울 시청이 50년 후, 100년 후, 서울의 자랑스러운 상징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내고자 하는 서울시의 노력에, 시민고객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당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