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로이터/뉴시스】

‘문학계의 방랑자’ 프랑스의 소설가 장 마리 구스타프 르 클레지오(68)가 9일 2008년 노벨 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르 클레지오를 “시적인 모험과 관능적 환희, 휴머니즘에 대한 탐구와 문화 확산에 신기축을 이뤄낸 작가”라고 평하며 그의 수상을 발표했다.

1940년 4월13일 프랑스 니스에서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르 클레지오는 8세 당시 의사였던 아버지가 근무하던 나이지리아로 이민, 아프리카 문화와 삶을 몸소 체험했다.

1963년 23세였던 르 클레지오는 첫 소설인 ‘조서(Le Proces-verbal)’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에 화려하게 등단, 1980년 '사막'을 발표하며 소설가로서의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림원은 ‘사막’에 대해 “북아프리카 사막의 잃어버린 문화를 불청객 유럽 이민자의 시선을 빌려 숭고한 이미지를 묘사했다”교 평했다.

르 클레지오는 데뷔 이후 ‘발열’, ‘홍수’, ‘사랑하는 대지, ‘전쟁’, ‘황금물고기’ 등 화제작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프랑스 문단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기에 이르렀다.

1960년대 실험주의적 스타일을 선보였던 르 클레지오는 당시 환경 문제 및 청소년기 등을 포함한 주제에 관심을 쏟아붓기도 했으며, 또 대중 친화적 작품들도 선보였다. 그는 단편, 장편, 에세이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썼다. 인도 신화에 관한 번역서를 내기도 했으며 그동안 집필한 책은 30여권에 이른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장 가운데 한명인 호레이스 엥달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의 작품들은 국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는 프랑스인이자 여행가, 유목민이지 또 전 세계의 시민이다”고 말했다.

영국의 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는 실제로 방콕과 멕시코시티, 보스톤, 오스틴과 앨버커키를 넘나들며 강단에 서는 등 수 많은 나라를 옮겨다니며 각 국의 문화 및 삶을 체험하고 있다.

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프랑스인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베르나르 쿠시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 세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소설가이자 또 독창적인 문체 스타일을 구사하는 이에게 영광이 돌아갔다”며 “앨버커키에서 서울까지, 뉴욕에서 파나마까지, 런던에서 라고스까지, 르 클레지오는 수 많은 나라들에 체류하고 여행하며 각 국의 사람들과 문명, 문화를 체험하고 또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 클레지오는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초빙으로 2007년 가을학기에 이 대학에서 ‘현대 프랑스 문학비평’을 강의, 또 올해 5월에는 제28회 국제출판협회(IPA) 서울 총회 폐막식에서는 소설가 이문열(60)씨와 함께 기조연설을 하는 등 한국과는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번 노벨문학상은 엥달이 미국 문학에 대해 “미국은 문학이라는 큰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비판, 미국 작가들 및 비평가들의 불만을 초래한 후 이뤄져 수상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1933년 토니 모리슨이 수상한 이후 미국에서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르 클레지오는 1000만크로나(140만 달러 상당)의 상금과 함께 금메달을 받게 되며,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