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를 상대로 1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KBS의 이명박 대통령 주례연설 단독 편성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청와대가 자체 제작한 녹음테이프를 일방적으로 제공하고 방송편성 시간 가이드라인까지 제시, 방송의 독립성과 공립성을 저해했다고 맹공을 폈으며 한나라당은 특정 방송 프로그램 속에 대통령 연설을 편성한 것은 언론 침해가 아니라고 맞섰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이날 오전 KBS제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를 통해 방송됐지만 SBS와 MBC등은 특집으로 편성할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 방송을 거부했다. 대신 KBS는 대통령 연설이 끝난 뒤 곧이어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의 반론 인터뷰를 보도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녹음 테이프를 제공하고, 방송시간을 아침 출근시간대로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은 방송의 종류, 내용, 분량, 방송시각, 배열 등을 정하는데 규제나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KBS의 임원진이 KBS 노조의 방송중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권력 눈치보기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며 "'관제사장'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이명박 정부의 입맛에 맞는 KBS만들기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최문순 의원은 "한국정책방송(KTV)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일방 홍보에 치중하고 있다며 줄곧 폐지를 주장해온 게 한나라당이 아니냐"면서 "KTV가 있는데도 지상파라디오를 통해 정례 담화를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KBS가 오늘 새벽 1시 민주당 김진표 의원에게 느닷없이 이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반론 형식으로 인터뷰를 하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며 "이는 대단히 무례한 일이자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으로 반론권을 주지 않으려 했던, 속 들여다보이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도 "방송 연설이야 국정 최고 책임자가 할 수는 있지만 그 것이 방송되기까지 방송사의 자율권이나 편성의 독립권을 침해 내지 강제하면서까지 할 수는 없다"며 "방송 편성과 제작에 있어 공영방송의 위상을 무너뜨리는 일은 없는지 측량하는게 방송사 사장의 역할인데, KBS가 과연 공영성 담보 노력을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대통령의 연설은 8분 30초, 민주당 김진표 의원의 반론은 8분 57초로 약 27초 가량이 더 방송됐는데 이거야말로 편파적이지 않냐"며 "대통령 연설을 기존 프로그램 속에 특별 프로로 넣은 것도 편성 침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정 방송의 프로그램을 놓고 편성을 잘못했니 뭐니 하는 것 자체가 언론 침해가 아니냐"면서 "미국도 부시 대통령이 매주 방송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를 왜 문제삼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인터넷신문협회 주최로 네티즌들과 대화를 하고 이를 YTN이 생중계하기도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연설은 사사건건 야당을 공격하는 내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KBS는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에 반론권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은 '위기 국면에서 잘 하자'는 내용이었는데도 민주당에 반론권을 준 KBS의 태도는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연설을 방송한 KBS를 비난할 필요는 없고, 다만 대통령 연설 정례화 부분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병순 KBS사장은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연설할 경우 국가기관방송으로서 자의적 판단에 따라 방송 편성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