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부터 이정희,조경태,최문순,박선영,안형환 의원>

지난 6일 시작됐던 18대 첫 국정감사가 2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5일 막을 내렸다. 이번 국감만의 특징이 있다면 좀처럼 '국감 스타'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국회 곳곳에서도 "국감이 너무 조용하다" "눈에 띄는 의원들이 없다"는 볼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이 '튀는' 행동과 발언으로 '스타'가 되기 보다는, 정확한 감사와 대안 제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쌀 직불금, 멜라민 파동, 대통령 친인척비리, 언론장악 논란 등으로 뜨거운 여야 공방이 펼쳐진 가운데 행정부를 섬찟하게 하는 날카로운 심문과 정책 대안 제시로 주목을 받았던 의원들이 눈에 띈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관심을 모으면서 국감장을 달구는 한편 바람직한 의원상을 제시한 국감스타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한국방송공사(KBS) 기자 출신으로, 이번 국감에서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KBS를 감사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이 의원은 지난 13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KBS 출신인만큼 가급적 발언을 자제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야당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놓고 공방이 일자, "이 대통령의 연설 뒤 반론 성격으로 이어진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과의 인터뷰 방송 시간이 대통령 연설 방송보다 27초가 긴 8분 57초였다"며 "이야말로 편파적인게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KBS 출신 답게 KBS의 인력구조 문제 등 내부 문제도 조목조목 짚어냈다.

그는 "KBS의 인력 구조는 2직급 이상이 44.4%로 위는 많고 아래는 적은 '항아리형' 구조"라며 "이러한 인력운영은 그동안 연공서열에 입각한 종신 고용형 인력운영을 시행해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17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가 곧바로 정치계에 입문한 대표적인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다. 1991년 KBS 기자로 입사한 뒤 정치부, 사회부, 체육부, 통일부 등을 두루 거쳤으며, 2008년 사직 때까지 KBS 보도본부 외교안보 데스크를 지냈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18대 첫 국정감사에서 줄가차게 '정유사 폭리' 문제를 제기하며 '정유사 공격수'를 자임했다.

그는 지난 15일 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 국감에서도 "최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독 고환율·고유가에도 폭리를 취하는 기업들이 있다"며 "국내 정유 4사를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 국감은 기보·신보의 통폐합 문제가 주요 쟁점이어서 다른 이슈는 크게 주목받기 어려웠던데다, 피감기관들도 정유사와 직접 연관이 없는 곳이었다.

그는 지난 2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유사 폭리구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1000만인 서명운동'까지 벌이겠다"며 국감 이후 정유사와의 일전을 예고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정책보좌역을 담당했으며, 17대 국회에 입성한 뒤 18대 재선에 성공했다.

'부산 유일의 야당 의원'인 그는 지난 7월 14일부터 54일간 계속된 쇠고기 청문회 때 날카로운 청문으로 '조포스'라는 별명을 얻으며 일약 스타 의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

언론운동가와 MBC 사장을 거쳐, 18대 국회 배지를 단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초선급 의원으로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날카로운 분석과 열성으로 당내에서도 떠오르는 '국감 스타' 의원으로 호평을 받았다.

최 의원은 당선과 동시에 문광위에 내정될 정도로 현 정부에서 예상되는 각종 언론정책을 바로잡을 적임자로 당 안팎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이번 국감에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민영화와 민영미디어렙 문제를 집중 추궁하며 국감 '최대 이슈'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또 국감 첫날인 6일 정부와 정치권이 '사이버모욕죄' 도입 논란 과정에서 고 최진실씨의 이름을 사용한데 대해 최씨의 소속사 대표가 사용을 원치 않는다는 요청을 전하며, 유인촌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최씨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의 국감자료도 화제가 되곤 했다. 문화부 국감에 앞서 기자실에 배포한 국감 보도자료가 A4용지로 무려 64매에 달한 것. 방대한 자료도 그렇지만 관련 도표와 문서들을 꼼꼼히 첨부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매 국감마다 적절한 자료 제시와 집요한 질의로 피감기관장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로 유명하다.

이 의원은 지난 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23개 소관연구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연구회 이환식 사무처장의 '비위'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감사원의 감사 내용을 근거로 KDI 외부용역 문제, 김 사무처장의 복무규정 위반 등을 조목조목 따져, 관계자들로부터 "야당 의원답다"는 호평을 들었을 정도.

그는 결국 연구회 김세원 이사장에게 "이 사무처장의 감사원 감사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 8월 8일 그를 재신임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추궁, 김 이사장으로부터 "감사원 감사 결과 (이 사무처장이) 면직 사유에 해당하면 면직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 의원은 '민변' 출신으로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져오다가 지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6월 서울 경복궁 근처에서 시위에 참여하던 도중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기륭전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본래의 '차분한 말투·가녀린 외모'와 달리, 국감장에서는 똑부러지는 질의로 피감기관들의 진땀을 빼놓곤 한다.

지난 6일 통일부 국감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김하중 통일부 장관을 향해 "영혼을 판 것이 아니냐. 반성하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어 7일 국감에서는 "야스쿠니는 국립현충원과 같다"는 외통부 직원의 발언에 "매국노적"이라는 직격탄을 날려, 결국 "시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박 의원은 헌법학자 출신으로 현재 선진당의 대변인직을 맡고 있다. 당무를 병행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한달에 평균 2~3건의 법률을 발의할 정도로 의정활동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