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버스는 마포에서 망원동으로 혹은 미아리로 방향을 선회 할 때 중요한 기점이 된다. 망원동으로 향할 때는 불교 방송국 건너편에서 합정동 사거리로 우회전 하면 되지만, 반대로 미아리로 향할 때는 한강쪽으로 우회전하여 고가를 타고 강 위로 크게 원을 그리며 돌아서 다시 불교방송국 쪽으로 안착하게 된다.
2번 버스는 주로 출판사가 많은 지역을 다니기 때문에 나는 종종 2번 버스를 이용한다. 마포는 2번 버스의 구간에서도 절정에 해당하는 곳이다. 졸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한강의 풍경에 깜짝 놀래고, 언뜻, 길이 보이지 않아서 더 놀래게 된다. 고가가 원을 그리기 때문에 정면을 볼 때 마치 길이 사라져버리는 듯 착각하기 때문이다. 마포 교차로의 길은 늘 나의 왼쪽에 있다. 그 길을 찾았을 때 2번 버스는 서서히 공중에서 지상으로 내려앉는다.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는 한강을 따라 달리면서 잔잔하게 강을 즐기는데는 더 할 나위 없지만 마포 교차로처럼 한강을 극적으로 보여주지는 못한다. 좌우로 솟은 빌딩 숲을 지나 마포에 이르면 마포의 역동적인 고가는 때로는 적막하고, 때로는 막막하게, 또 때로는 시원하게 한강의 풍경을 보여준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동도고등학교 자리에는 ‘아소정(我笑亭)’이라는 대원군의 별장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도 5.16 쿠테타 이후 개발 바람에 모두 없어져버리고 마포를 흐르던 한강의 샛강들도 모두 복개되어버렸다.
오죽 그 하천을 건너는 자잘한 다리들이 많았으면 ‘잔다리’라는 지명까지 있었을까? 그런 마포도 6.25 전쟁을 거치면서 강화만이 막혀 포구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지도 이미 오래다.
문득, 졸다가 보니 2번 버스가 창작과 비평사가 있는 길로 우회전해서 들어간다. 여기에서 서강대교가 있는 진입로까지가 그 유명한 마포 새우젓 도가들이 즐비하던 골목이다. 그 새우젓 장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영유 시인은 소래로 가고, 나는 청기와 주유소 뒤편, 옛 송장내로, 내 일터가 있는 홍대앞 사거리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