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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자멸! 너무 관대하고 과분한 성원!
컵에 반쯤 찬 물을 보고, “물이 반이나 있다”와 “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는 심리적 기준의 차이다. 특히 반쯤 찬 물에 대한 용도와 기대이다. 미래적 용도와 기대에 비해 부족하면 “반 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 병가의 승패에 대한 평가(해석)의 기준도 미래와 합리적 기대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통합당은 국민들의 극심한 상실감과 급진적인 현실 타파 열망(주류 심판, 정권 심판)에 비추어 보면,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론 3당 합당(1992년 총선) 이후 민주진보 진영은 기본적으로 대세 상승 국면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또한 2008년 총선에 비해서는 엄청 약진한 것도 확실하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를 기준(서울의 민주당 정당득표율 41% 민주진보계열 정당들의 득표율 합 54%)으로 하면 많이 퇴조 하였다. 2011년 10월 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보여준 기세에 비해서도, MB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 이반에 비해서도 많이 퇴조하였다. 민주통합당의 선거 전략과 전술 대응 전반을 살펴보면, 연거푸 자살 자살골을 넣어 자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의 선전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자멸인 것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국민들이 MB정부에 분노하여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실력과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여 너무 과분한 성원을 보냈다고도 볼 수 있다. 민주통합당의 미래가 있으려면,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직시하여 거의 환골탈태 수준의 혁신을 해야 마땅하다.
천하의 바보들을 양산한 공천
민주통합당의 4.11 총선 참패 원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꼼수로 일어나 꼼수로 망했다’는 것이다. 나꼼수와 김용민 덕 좀 보다가 막말 파문으로 손해 좀 봤다는 얘기가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지도부의 영혼과 선거 전략 전반이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고 얄팍한 꼼수(술수)로 일관하다가 국민적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이 꼼수는 기만적 국민참여 경선으로, 납득하기 힘든 단수공천으로, 미래 가치는 사라지고 철지난 운동권적 가치만 부각된 전략 공천과 비례대표 공천 등으로 나타났다. 기만적 국민참여경선으로 인해 국민에게 공천권을 준다는 원칙=약속을 믿고, 민주통합당에 합류하여 열심히 지역을 훑고 다닌 400~500명을 ‘천하의 바보’로 만들었다. 이들이 애써 모은 경선인단 수십만 명이 민주통합당의 기만성과 폭력성에 치를 떨도록 만들었다. 또한 준비된 정책 전문가를 모신다는 약속을 믿고 당에 비례대표 신청을 한 200여 명을 역시 바보로 만들었다. 이런 꼴을 본 수천수만 명의 전문가들도 민주통합당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접었다.
정책 노선 측면에서도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반대 등에서 보듯 노무현의 원대한 안목과 깊은 고뇌에 대한 이해도 없이 이를 너무나 간단히 내팽개쳐버렸다. 그러면서도 노무현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는 대중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노무현을 팔아먹었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지도부의 행태로 인해 정치인과 정치 집단의 생명인 신뢰(언행일치, 일관성, 진정성)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또한 “폐기, 저지, 반대, 철폐, 철수, 복수” 등 네거티브 캠페인과 김용민 막말 파동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로 국가권력을 맡기기에는 너무나 위험하고 불안한 세력으로 각인되었다.
따지고 보면 막말 파동을 조기에 적절하게 수습하지 못한 것도 국정을 맡을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의 품격을 잊고 단지 나꼼수 열광층과 김용민 혐오층의 눈치를 좌고우면 하였고, 대충 다른 이슈로 물타기 해서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기 때문 아닌가? 한마디로 중차대한 현안을 꼼수로 얼렁뚱땅 넘기려다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를 초래한 것 아닌가?
민주통합당이 부린 꼼수의 기조는 MB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등에 업고, 정치공학(연대, 통합)에 의한 대중동원 극대화 전략과 당내 유력자들이 경선 없이 단수 공천을 많이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1990년대 초반 이후 점점 심화되는 양극화, 억울함, 고단함, 불안함 등에 대한 종합적 진단과 실사구시적 대안은 뒤로하고, 만악의 근원은 MB정부와 신자유주의라 싸잡았다. 그러니 1980년대 운동권 정서에 사로잡힌 통합진보당과 인식과 노선이 비슷할 수밖에! 통합진보당을 추종하는 형태의 야권 연대에 이념적, 심리적 장벽은 별로 없었다.
노무현 두 번 죽다
민주통합당의 꼼수, 오락가락, 헛발질의 뿌리는 첫째, “대한민국이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현안 해결의 키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역사적 통찰의 부실이다. 둘째, 정치의 본질과 국가권력의 엄중함에 대한 무지이다. 국가는 군대,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 등 무시무시한 폭력기구이자, 거대한 시스템이다. 엄정한 원칙(기준, 선, 규제)과 공정하고 투명하며 예측 가능한 절차가 생명이다. 또한 국가는 엄청난 자원(예산, 인력)의 보고이기도 하다. 원칙과 절차를 정하는 과정은 이해관계자가 죽고 사는 문제인 만큼, 집요한 흔들기와 포획 시도가 들어오게 마련이다. 관료를 전략적으로 지휘, 통제 할 수 있는 경륜이 있어야 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해관계자 집단의 집요한 태클에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건해야 한다. 당연히 정치권력은 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지식, 용기, 강단, (분노에 대한) 자제력의 결집체이다. 그런데 김용민은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 이유를 “국회의원이 되면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나꼼수가 제기해온 여러 의혹들을 좀 더 자유롭게 파헤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러니 야권연대가 5천만 국민과 군대, 검찰, 경찰 등 폭력기구와 곳간과 원칙을 맡기기에는 너무나 불안하고 무능한 세력으로 비칠 수밖에! 젊은 유권자들은 이런 허접함을 보지 못하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보기 마련. 그런 점에서 김용민의 막말이 아니라 그를 공천한 지도부의 ‘막돼먹은 생각’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아무리 공천을 파행으로 해도 민주통합당 공천=당선이라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 오만과 착각이다. 넷째, 칼자루(공천권) 쥐었다고 해서 약자, 원칙, 상식을 마구 학살하지는 않는 공화주의적 마인드의 결핍이다. 다섯째, 원칙, 약속, 신뢰, 시스템(민주적 절차)의 중요성에 대한 몰이해다. 일종의 “정치적 화전민 마인드”라고나 할까? 이로 인해 노무현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한 가치인, 원칙・약속과 신뢰, 공정과 투명, 결과(공천자) 못지않게 민주적 절차(시스템)를 중시하는 태도, 반칙(변칙)과 특권 타파 정신 등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렸다.
원래 “나는 꼼수다”의 “나”는 MB대통령을 의미한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의 출범이후 일련의 행보, 특히 공천 과정과 선거 대응 과정을 보면, 그 주류 내지 지도부가 MB에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꼼수의 대가인 것처럼 보인다. 바로 민주통합당이 꼼수인 것이다.
김용민 막말의 악영향
모든 현상은 수많은 인과의 연쇄 사슬을 거쳐 나타난다. 필연과 우연, 주된 요인과 부차적 요인이 얽히고설켜 있다. 그런데 무엇이 주된 원인인지, 특정 원인이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장님코끼리 만지기식 진단이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 십상이다. 따라서 선거 통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김용민 막말 파문의 영향부터 살펴 보자. 김용민(서울 노원구 갑) 후보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사실상 양자 대결을 벌인 강북권 25개 선거구 중에서 민주통합당 및 통합진보당 후보로서는 최저 득표율(44.2%)을 기록하였다. 이는 야권연대를 이룬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노원구 정당 득표율 합인 50.7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노원구 을의 민주통합당 후보 우원식도 49.72%를 득표하여 신승하였다. 상대인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는 47.94%를 득표하였다. 노원구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투표 성향도 비슷한 중랑구, 성북구, 강북구, 도봉구와 비교해도 김용민의 득표율은 확실히 나쁘다. 노원구의 민주통합당 정당득표율은 37.67%인데, 인접한 중랑구는 41.12%, 성북구는 40.56%, 강북구는 42.17%, 도봉구 40.89%이다. 노원구가 2.9%~4.5%p 낮은 것이다. 반면에 새누리당의 정당 득표율은 노원구 41.11%, 성북구 38.8%, 강북구 39.57%, 도봉구 41.4%이다. 2010년 지방선거는 말할 것도 없고, 18대 총선에서 보여준 정당득표율과 비교해도 노원구의 정당 득표율은 확실히 민주통합당에 나쁜 쪽으로 움직였다. 단적으로 18대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의 노원구 정당 득표율은 28.0%로, 중랑구(27.3%) 성북구(27.9%) 보다 높았다. 반면에 당시 한나라당의 노원구 정당 득표율은 38.4%로 도봉구(40.7%), 성북구(39.5%), 중랑구(39.2%)에 비해 낮았다. 정당 득표율에서도 김용민 막말 파문이 악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다.
야권은 투표율이 올라가면 야권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거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 노원구의 투표율은 58.5%로 서울 지역 48개 선거구 중에서 최고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김용민은 참패하고, 민주통합당 지지율은 낮다. 인접한 중랑구의 투표율은 52.6%, 성북구 53.8%, 강북구 51.6%, 도봉구 55.7%이며, 서울 지역 전체 투표율은 55.5%였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김용민 막말 파문은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에 대한 혐오감과 실망감을 증폭시키므로서 반대자들의 투표율을 높이고,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떨어뜨렸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4월 12일 유권자 75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이슈는 ‘막말 파문’(22.3%)이었다. 이어 ‘경제 민주화 공약’(16.1%), ‘민간인 불법사찰’(14.9%),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논란’(10.7%),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화의 여론조사 조작 파문’(9.7%) 순이었다. 이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김용민 후보는 민주통합당 전반에 명백히 나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론 이 영향은 세대별,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났을 것이다. 고령자 비중이 높은 곳, 기독교와 보수 신문의 영향력이 센 곳 등에서는 아무래도 서울, 경기 보다는 악영향이 더했을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 단적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서울 9.72%, 경기 8.67%인데 반해, 강원은 14.81%, 충남 14.87%, 충북 13.2% 경남 11.81%, 대전 8.66%, 울산 6.82%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이 서울에서 압승을 한 것은 반새누리당 정서와 정권 심판 표심이 워낙 거세게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냉정하게 보면 김용민 막말 파문의 근원은 거친 막말이 특기이자 매력인 김용민에 대한 전략 공천 그 자체이다. 이 배경에는 나꼼수 열광층의 지지를 얻어 보려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전략적 고려내지 안목이 있다. 김용민 막말 파문은 한명숙 대표의 단기 대응(임기응변)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중차대한 성찰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이는 공천에 대해 얘기할 때 다시 다룰 것이다.
야권연대의 위력과 한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한 야권연대의 정당 득표율 합은 46.75%(36.45%+10.30%)이다. 서울은 48.72%(38.16%+10.56%), 경기 48.75%(37.74%+11.01%)이다. 대구경북과 호남을 제외한 주요 지역을 살펴보면 충북 43.72%, 대전 42.74%, 울산 41.52%, 부산 40.2%, 강원 40.06%, 충남 37.23%, 경남 36.14% 순이다. 야권연대의 득표율은 야권연대의 당선자 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광역지자체 별 정당 득표율을 보면 의미 심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 핵심 근거지에서 지지층의 이반이 일어나고 있고, 거대 양당의 중간 지대인 강원, 충북이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에 등을 돌리는 징후가 뚜렷하다. 18대 총선에 참가한 통합민주당의 정당 득표율과 19대 민주통합당의 정당 득표율을 비교해 보면 18대를 100(25.2%)으로 보면, 19대는 145(36.5%)다. 그런데 핵심 근거지로 알려진 광주는 98, 전북 102, 전남 104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대구 333, 울산 270, 부산 250, 경남 244, 경북 239로 크게 약진하였다. 인천 153, 경기 143 서울 135로 역시 많이 약진하였다.
한편 18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정당득표율 합(8.6%)을 100으로 놓으면, 19대 통합진보당+진보신당의 정당득표율 합(11.4%)은 133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핵심 근거지로 알려진 경남은 89, 울산은 98에 불과하다. 게다가 강원도 89로 줄었다. 충북에서는 113으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서울 154, 경기 150, 대전 169, 광주 165, 전북 159로 많이 약진하였다. 통합진보당의 정당 득표율을 보면 전국 평균 10.3%인데, 서울은 10.6%, 경기 11.0%, 경남 10.5%, 부산 8.4%이다. 가장 높은 지역은 광주 18.6%, 울산 16.3%, 전남 14.8%, 전북 14.2%이다. 가장 낮은 지역은 경북 6.2%, 강원 6.6%, 충남 6.8%, 대구 7.0%, 충북 7.7%이다. 강원, 충북과 서울, 경기를 비교하면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중)과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통합진보당은 울산, 경남 기반 정당에서 수도권과 호남 기반 정당으로 변신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강원의 지지율은 18대 총선과 비교해 볼 때 이례적인 것이다. 18대 총선 당시 광역별로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정당득표율을 살펴보면, 강원은 8.2%(민주노동당 5.94%, 진보신당 2.25%)로 결코 낮은 편이 아니었다. 당시 대구 5.5%, 경북 5.8%, 대전 5.9%, 충남 6.4%, 충북 7.6% 서울 7.8%, 경기 8.1%이었고, 전국 평균은 8.6%였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강원 유권자들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기피 내지 불안 심리가 분명히 강화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야권연대로 인해 통합진보당이 얻은 것을 계량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단적으로 통합진보당 당선자 대부분은 야권연대의 확실한 수혜자들이다. 그러나 중도적 위치에 있는 민주통합당이 얻은 것을 계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단적으로 수도권 지역의 민주통합당 당선자들은 야권연대의 수혜자인지 불분명하다. 민주통합당의 통합진보당 추종으로 인해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좌, 우측에서 2개의 전선을 감당할 차별화된 비전・정책(중도개혁주의 2.0 내지 혁신적 중도주의)도 없고, 강단도 없다면 다시 말해 거대한 중도층을 견인할 능력(투표율, 지지율 제고)이 없다면 야권연대는 필연이다. 아니 수도권에서 사활의 관건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의 좌클릭, 특히 심판, 폐기, 저지, 철수, 복수 등 네거티브 공세를 기조로 한 야권 연대의 득표율은 지금이 정점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통령 선거는 미래 비전과 이를 뒷받침할 후보 및 정당의 국정운영 능력, 신뢰감, 안정감 등이 큰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그 권능의 한계 때문에, 비록 안보불안 요소가 많은 좌편향적 정당의 후보라 하더라도 지방토호들과 (토건)업자들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의 청렴성과 근면성만 있으면 상당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은 개인, 기업 등을 죽이고 살리며,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리더십을 뽑기에 정당의 편향성, 비현실성(반시장성), 안보 불안감 등이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야권연대의 노선은 지방선거, 총선, 대선 순으로 지지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집권 세력의 도살장의 비극
바다는 지나가는 큰 배가 일으키는 파도와 때때로 부는 폭풍이 일으키는 풍랑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태양 에너지(위도와 편서풍)와 달의 인력(조수 간만)과 해저 지형이 움직인다. 선거 표심도 비슷하다. 이는 선거 구도와 인물과 전략이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김용민 막말, 민간인 사찰, 관악을 사태 등 돌발 악재 혹은 호재는 때때로 나타나는 큰 배와 돌풍에 불과하다.
선거 표심(결과)을 좌우하는 제1의 변수는 선거 구도와 인물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선거 구도는 공천, 선거 공조(연대), 비전・정책, 캠페인 전략 등을 포함하는 선거 전략을 결정한다. 공천 절차(시스템)와 내세우는 인물은 선거 전략의 핵심 중의 하나이다. 요컨대 민간인 사찰, 김용민 막말 파문, 관악을 여론조사 조작 파문 등으로 대표되는 돌발 이슈에 대한 대응은 선거 구도(전략)와 인물의 하위 변수이다. 세대, 계층, 소지역 등에 따라 상이한 지지층/혐오층 별 투표율(기권율)은 구도, 인물, 돌발 이슈 대응의 산물이다.
인물의 위력과 한계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 지지율(정당 투표)이 5.5%인 광주에서 이정현(광주 서구을)이 39.7%를 득표하고, 정당 지지율 18.6%지만 야권단일 후보로 나온 통합진보당 오병윤(광주 서구을)은 52.36%를 득표한 것, 민주통합당 지지율이 16.4%인 대구에서 김부겸(대구 수성구 갑)은 40.4%를 득표하고, 민주통합당 지지율이 13.4%인 경북에서 김현권(군위, 의성, 청송)은 27.3%를, 그 옆 지역의 정일순(영양, 영덕, 봉화, 울진)은 4.5%를 득표한 것은 인물 변수의 영향을 극적으로 보여 준 사례이다. 이는 대통령 선거에도 적용된다. 정당 지지율이 백중세라 하더라도 인물(대통령 후보)이 처지면 참패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선거 표심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선거 구도이다. 선거 구도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유권자들의 굳어진 심리 내지 열망 그 자체이다. 당연히 세대, 지역, 계층 별로 상이하다. 전통적으로 한국 유권자들의 기저에 깔린 강력한 열망은 ‘못 살겠다 갈아보자’로 집약되는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이다. 이는 사회 혹은 지역의 지배 세력 혹은 지역 독점 정치 세력에 대한 염증으로 나타난다. 선거 시기에는 대체로 야당에 의해서는 정권 교체(심판)론 혹은 견제론으로, 여당에 의해서는 새로운 한국 창조론 또는 안정 속의 개혁론 등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권과 정치권 전체가 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과 날카로운 비판 수준에 현격히 미치지 못하면서, 특히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권 심판론, 세력 교체론, 환골탈태론, 정치인 물갈이론 등이 거세게 제기되어 왔다. 어찌 보면 한국은 집권세력의 도살장처럼 된 것이다. 바로 이런 정서 내지 심리가 야권연대에 매우 유리한 선거 구도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2010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야권에 승리를 가져다주었던 인천, 강원, 충북, 경남 등에서는 현역 단체장과 그 당에 대한 거의 필연적 실망감이--높은 기대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권능도 재원도 없으니--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호남의 오랜 집권당인 민주통합당에 대한 염증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으로, 영남의 오랜 집권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염증은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획기적이고 제대로 된 변화와 개혁 요구
따지고 보면 2002년에 노무현을 선택한 표심과 2007년에 이명박을 선택한 표심과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표심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호남에서 민노당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한마디로 획기적이고도 제대로 된 변화와 개혁이다. 2012년에 웬만하면 정권 교체를 했으면 하는 표심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국민들은 양극화, 일자리, 억울함, 불안함, 고단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잘해 보겠다는 정치 집단에게 1~2년의 기회를 준 후, 아니다 싶으면 끊임없이 내쳐왔을 뿐이다. 다시 말해 국민들이 이회창이 아닌 노무현을 선택했다고 해서 노무현 노선을 온전한 해답으로 간주하지 않았고, 이명박을 선택했다고 해서 이명박 노선을 온전한 해답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자신을 선택한 표심을 민주주의의 제도적 완성으로 좁혀서 해석했고,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노무현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부정, 친북좌파(?) 발본색원, 현대건설 사장식 밀어붙이기와 요령(술수) 등으로 해석했다. 2012년 야권연대는 MB정권과 완전히 정반대로 가라는 주문으로, MB정부 못지않게 엉뚱하게 해석하고 있다. 야권을 기대와 희망의 눈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반신자유주의-보편적 복지국가로 집약되는 야권의 노선을 정답으로 간주하지 않는데......국민들은 노무현의 합리적 핵심과 이명박의 합리적 핵심과 야권의 합리적 핵심을 다 원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야권은 MB정부와 닮은 점이 많다. 정치의 기본과 상식 무시, 상대 진영에 대한 무지, 넘치는 독선, 오만, 조급증을 그대로 빼 박았기 때문이다.
무질서와 적화에 대한 공포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 못지않게 강력한 것이 사회 불안(혼란과 무질서), 적화, 전쟁에 대한 공포이다. 이는 선거 시기에는 안정론과 친북좌파 시비로 나타난다. 복지 담론이 득세하면서는 포퓰리즘 시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야권연대는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예비군폐지, 김용민 막말 파문, 반값등록금 등 새누리당에게 너무 많은 먹잇감을 제공하였다. 혼란, 무책임(말 바꾸기), 적화에 대한 공포 등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사실 새누리당이 적극적으로 이슈화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통합진보당의 “주한미군 철수, 종속적 한미동맹체제 해체, 동북아 다자평화 협력체제 전환” 등도 다양한 친북적, 반안보적 태도와 결합하면 아주 괜찮은 먹잇감이었다.
세 번째 층위의 열망이 아마 지역주의적 투표 성향일 것이다. 이는 국회의원과 정당을 자기 지역 발전을 위해서 중앙 정부가 보유한 권력 자원(예산과 자리 등)을 끌어오는 존재, 즉 지역개발 일꾼으로 여기는 풍조로 인해 강화되었다. 이 모든 열망들은 ‘소선거구제 상대다수 득표제’와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 중심제’가 강제한 양당 구도에 의해 주조되었다. 이는 선거 공조(보수연대, 진보연대 등)에 대한 열망과 당권파의 독점적 횡포로 나타나기 마련.
공천 과정은 청문회 감
민주통합당의 문제와 김용민 막말 파동의 근원은 무개념, 몰상식(시스템 파괴, 공화주의 무시) 공천이다.
원래 민주통합당의 공천 관련 오래된 암묵적 합의는 공천권을 국민 혹은 선거인단에게 준다는 것이었다. 역으로 최고위와 공심위의 칼질과 낙점질을 최소화 한다는 것이었다. 경선 과정을 반MB-친민주통합당 민심을 결집시키는 계기로 삼고, 경선을 민주시민 교육의 장으로 민주주의의 축제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충분한 후보자 검증 토론 등을 통해 국민과 선거인단에게 많은 정보를 주고, 참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모바일 선거를 도입한다는 것이 요체였다.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시민단체 등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민주당 인맥이 튼실하지 않은 정치 신인들이 한번 해 볼만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공정한 경쟁 기회를 준다는 것도 불문율이었다. 또한 일회성 여론 조사가 생사를 가르는 일도 없어야 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단수 공천은 없어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었다. 심각한 도덕적 결함과 정체성(철새 등)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공심위에 의한 컷오프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공심위는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혁명위원회”나 “쿠데타 지도부”가 아니라, “경선관리 위원회”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암묵적 합의들이 2월 초 우상호(당시 전략기획본부장)의 공천 기준 설명회 때 훼손 되었다. 그 훼손 명분은 “현역 또는 지역위원장과 정치신인이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상호의 발표에 대해 많은 예비후보들은, 촉박한 일정상 여러 번의 경선을 거친 후 결선 투표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보니 (1:1 구도 형성이라는 명분하에 소수가 휘두를 칼질에) 불안해 했지만 조직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경과를 보니 현역과 신인의 1:1 대결 구도도 그리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힘 있는 현역들과 유력 지역위원장들 상당수는 단수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부 현역 의원 혹은 지역위원장을 이길만한, 얼마 안 되는 후보들은 컷오프를 통해 경선무대에 아예 올라오지도 못하였다.
한명숙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과 여성 공심위원이 합세하여 밀고 온 여성 단수 공천 탱크가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시스템이라는 바리케이드를 깔아뭉개자, 바로 원내 공심위원과 민주 동네의 전통 귀족(?)들의 단수 공천 장갑차가 뒤따라 밀고 들어왔다. 이것이 2차 공천이다. 이로써 몰상식 무원칙 몰염치의 판도라의 상자가 활짝 열어 젖혀졌다. 드디어 모든 유력자들의 각개 약진이 시작되었다. 당선 가능성이나 당 전체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리고, 최고위원과의 친소 관계나 개인적 신임관계가 공천의 최우선 기준이 되어 버렸다. 자신과 친한 사람이나 자신이 볼 때 좋은 사람을 살리려는 노력은 극렬했으나, 대국민 약속과 이번 기회에 공정하고 투명하고 신인이 예측=대비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정립하려는 노력은 그 어디서도 없었다.
컷오프를 당한 수백 명의 예비후보들은 경선 무대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졸지에 온 친구, 친척, 동네가 다 아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컷오프, 단수공천, 전략공천이 어떤 명분도 원칙도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예비후보들 수백 명이 모은 (가장 열성적 지지자가 될 수도 있는) 수십만 명의 선거인단이 가장 열성적인 반대자가 되어 버렸다.
복기해 보면 공천 관련된 대국민 약속(국민에게 공천권을 준다)과 공천의 원칙, 기준이 허물어진 것은, 여성 국회의원을 많이(15%) 배출 하는 것 이야말로 최고의 진보요, 개혁이라는 생각을 가졌음이 분명한 한명숙 대표, 일부 최고위원 및 공심위원, 핵심 당직자들의 편협한 안목과 공심위의 월권과 일부 공심위원들의 변칙에 의해서였다. 이들은 공정하고 투명하며 비기득권자가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단수 공천은 책임을 지도부가 다 덮어쓰는 전략공천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불투명한 채점(기준)과 이상한 여론 조사를 섞어서 만들어 낸 “현격한 경쟁력 격차”를 근거로 이루어졌다. 단수 공천의 근거는 그야말로 청문회 감이 아닐 수 없다.
2월 초순 까지만 해도 최고위와 공심위가 이런 어마어마한 폭력적, 독단적 권능을 투명한 기준과 원칙도 없이 행사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공심위는 소금에 절일 김장 배추나 좀 다듬으라고 준 칼로 사람을 수술 한 꼴이 되었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소박한 마음으로 외부 공심위원을 수락한 사람들도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도, 뭘 하는지도 모르고 역사상 최악의 공천의 들러리가 되었다.
민주주의는 원래 결과=공천자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원칙, 기준, 공정・투명한 절차를 확립하고 국민의 선택에 맡기는 시스템(절차)이 핵심이다. 이런 절차가 민주주의와 사회를 발전시켜왔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의 공천에는 이런 개념이 너무 없었다. 대국민 약속이자, 민주통합당을 만든 거멀못이나 다름없는 국민참여경선 시스템을 지키려는 노력이 없었다.
이젠 대선후보 경선 방식은 여든 야든 국민참여경선이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원칙으로 정착 되었다. 모든 대권 주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 민주통합당 총선 후보 경선 방식은 뭐 하나 계승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의문이다. 과연 2014년, 2016년에 이런 식으로 공천할 수 있겠는가? 선거일에 임박하여 얼렁뚱땅 설계한, 소수의 장난질 여지가 많은 공천 룰이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민주통합당의 정치적 화전민들은 잠깐의 높은 소출을 위해 신뢰와 원칙(시스템)의 숲을 모조리 태워 먹었다. 그래서 곳곳이 폐허가 되었다. 엄청난 분열과 반목의 씨앗이 뿌려졌다. 고의로, 혹은 미필적 고의로 원칙과 상식을 학살하고, 신뢰와 시스템을 파괴한 자들의 상당수는 배지는 달았을지언정 정치적으로는 죽었다.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청춘을 바친, 이름도 빛도 없이 살아가는 동 세대의 마음 속에서 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슬프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도 비싼 수업료를 냈지만, 그래도 널리 사회가 공유하고 길이 후손에 물려줄 천금 같은 교훈을 수두룩 얻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절차, 기준,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무능한 정치 지도자, (가치의 우선순위가 잘못된) 편협한 정치 지도자가 당과 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인지!!! 보수와 새누리당을 악 진보와 야권연대를 선으로 규정하는 진영 논리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학생운동, 노동운동, 여성운동, 참여정부 인연 등으로 훈장을 달고, 選數를 높인 사람들의 안목과 모럴이 얼마나 퇴락했는지!!!
시대의 변화에 눈을 감으시고, 원칙과 신뢰를 대량 학살하시고, 통합 정신과 성찰을 쌈싸드시고, 높아진 選數를 믿고 당권 싸움에 떨쳐나서시는 "민주 귀족들"의 민주, 통합, 혁신, 승리 타령이 얼마나 역겨운지!!!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 인생은 그래도 길고 배지는 짧은데........
그래서 대선 후보가 민주통합당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지지자들의 가슴에 다시금 기대와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서 이 당을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로 개혁해야 하는지!!! 깨어있는 시민과 행동하는 양심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