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간판 우리가 바꾸자.”

  홍대 앞의 상인들이 거리의 모습을 확 바꿔보자는 모임을 만들었다. 무질서하게 난립된 간판을 정리해 한국의 대표적 문화 거리라는 명성에 걸맞게 도로의 품격을 높여보자는 것이 취지다.

  9일 오후 2시 서교동주민센터에서 첫 간담회를 여는‘서교로 간판개선 주민위원회’가 바로 그것이다. 서교로 간판개선 주민위원회는 홍익대 정문 앞에서 청기와주유소사거리까지 502m 양측 도로변 상점의 주인들이 거리의 간판질서를 바로잡아보자는 취지로 구성된 주민들의 자율적 모임이다.

  “우리 거리에는 모두 236개의 업소가 있습니다. 업소마다 간판을 더 눈에 띄게 하기 위해 더 크게 더 화려하게 간판을 답니다. 결과적으로 거리만 어지러워지고 간판의 효과도 제대로 나지 않습니다. 서로 간판 크기를 키우다가 이웃 업소들 간에 분쟁도 적지 않고요.”

   이 지역에서 미술학원을 하는 서영교씨의 말이다.

  서씨는 ‘피카소 거리’라는 지역의 명성에 맞지 않는 간판들을 정리해 거리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라는데 뜻을 모은 상인들이 주민 자율기구를 만드는데 앞장서기 위해 이 모임을 만들었다.

  마포구(구청장 신영섭)가 이 거리를 ‘디자인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 계기가 됐다. 마포구는 이 구간을 ‘홍대 앞’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내년 6월까지 서울에서 가장 품격 있는 거리로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거리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마포구는 이 사업을 통해 이 거리의 차선을 줄이고 보도와 녹지공간의 늘리며 도로변의 전선을 지하화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마포구는 이 같은 사업에도 불구하고 무질서한 간판질서가 개선되지 않으면 디자인거리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이룰 수 없다는 데 착안하고 이 거리를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로 만들어야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그러나 업소들의 간판정비는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아 일방적 행정조치로만은 효과를 낼 수 없다고 판단 주민들의 자율기구를 통한 추진을 모색해왔다.

  마포구는 상가 주민들 사이에도 무질서한 간판질서가 거리의 품격을 낮춘다는 불만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자율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는데 착안 주민 자율기구 구성을 권유했다.

  마포구의 이 같은 요청에 상당한 상점들이 호응을 해왔고 구는 상인 주민 대표 12명과 구의원 1명, 지역의 광고전문가 1명 등 14명의 대표로 구성된 자율 조정기구를 만들었다.

  “간판이라는 것이 업소의 얼굴입니다. 이런 간판을 바꾸는 사업에는 난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 사업이 결국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공동의 선을 이루려는 노력이란 점을 주민들에게 반드시 인식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 지역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박종익씨는 이 같이 말했다.

  ‘서교로 간판개선 주민위원회’는 올 연말까지를 지역 간판 자율정비의 시한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김수엽 한국광고사업협회 마포지회장은 “주민위원회의 활동이 성공적으로 종료되면 서교로의 모습은 지금과 판이하게 다른 명품 거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사업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마포구는 이들 주민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이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에 대해 업소 당 300만원까지 재정적 지원을 할 계획이며 불법 광고물에 대해서는 강력한 지도 단속도 할 계획이다.